ESSAYS
며칠 전 헤이그에서 델프트로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어떤 미국인 세 명이 자기네들끼리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여기 네덜란드는 미국에서 위법(illegal)인 것이 모두 합법(legal)이야. 마리화나, 섹스 그런 것들…… 신기하지?”
그들은 분명 관광객들이었다. 트램이 달리며 스치는 네덜란드 풍경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미국인 특유의 버터발음으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중, 내 코웃음을 유발하는 그들의 멘트, 네덜란드에서는 illegal한 것들이 legal하다는. 기독교정신으로 세운 미국이란 나라는 의외로 규제가 많다. 총을 소지할 수 있다는 살벌한 자유 빼고는, 술 마시는 것, 마약, 섹스 등 각 주마다 그 법 또한 다르고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자유’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나라이지만 나름 기독교 정신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규제한다. 또한, 테러집단 토벌이라는 명분으로 중동지방에 그들만의 ‘합법’적인 프로세스로 전쟁을 유발하기도 하는 그런 ‘미쿡’ 사람들의 이 사소한 수다때문에, 난 속으로 얼마나 웃었던지.
전에 한 더치 친구가 You Toube에서 발견했다며 보여준 한 동영상이 있다.
[동영상] The Truth About Amsterdam, RE: Bill O'Reilly loves Amsterdam
http://www.youtube.com/watch?v=sTPsFIsxM3w
미국 한 방송국, Fox사에서 다룬 한 News가 암스테르담을 ‘범죄의 도시’로 묘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동영상의 한 부분에 여성 앵커가 말한다.
“Amsterdam is a cesspool of corruption, Crime, everything is out of control. It's Anarchy.”
(암스테르담은 타락의 소굴이다. 범죄, 모든 것이 통제불능이다. 이는 곧 무정부상태다.)
(The O'Reilly Factor, 8, December, 2008)
이 방송을 본 한 더치인이 이에 대한 답장형식으로, 미국과 네덜란드를 비교한 통계로 짧고 강하게 본인의 도시, 암스테르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나름의 ‘복수’를 한 것이다.
동영상에는 그 방송의 몇 장면이 나온 다음, 이후 몇 가지 통계 비교가 나온다.
마약을 사용해 본 사람 %
미국 : 40.3%, 네덜란드 : 22.6%
살인률 100,000 인구당
미국 : 5.6, 네덜란드 : 1.2
마약관련 사망 (오남용 포함, 인구 1,000,000당)
미국 : 38.0, 네덜란드 : 2.4
미국과 네덜란드의 인구수는 천지 차이로 미국은 엄청난 수의 국민이 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런 범죄율과 마약사례. 어느 나라가 이러한 범죄에 더 자유로울까? 나도 처음에는 네덜란드가 다소 무섭긴 하였다. 마리화나(대마초)를 허용하고 사창가가 관광상품일 정도로 자유롭고,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남녀 성기의 구조를 생리학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어떻게 섹스를 하는 지를 가르친다는. 암스테르담에 다녀온 한 친구가 말하길, 도시 가득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한다고. 약간의 선입관이 앞섰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사실 지금도 서울에서 느끼는 것처럼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이 그리 안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아나키(anarchy)의 나라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잘 정돈된 질서의 나라다.
한 더치친구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떻게 마약이나 섹스를 그렇게 합법화 할 수 있느냐고.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 친구는 아주 짧고 단호하게 답을 하였다.
“난 그래서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 그렇게 모든 것을 허용하지만 그것을 선택하느냐 안 하느냐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잖아. “
사실 범죄율이나 마약관련 범죄가 높지 않은 것은 그들이 자기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물론 마리화나를 껌 씹듯 피고 거칠고 무서운 애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생각이 바로 박혀있거나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인간이라면 ‘illegal’이니 ‘legal’이니 하는 것에 그리 갇혀있지 않은 것이다.
네덜란드가 이것저것 위험스러운 것들을 합법화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자유’의 논지를 떠나, 모두가 어떻게 어울려져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 나라처럼 사회복지가 잘 실현되어 있고 부의 정도에 따라 징세도 엄격하여 부의 분배, 사회복지에 집중하고, 그리고 이른바 소셜하우징(Social Housing, 우리나라말로는 임대주택)이 여느 고급주택 못지않게 잘 디자인되어 있는, 서로서로 잘 사는 법을 강구하는, -북 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이처럼 질서가 잘 잡힌 나라도 없을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을까. 먼저 건축이니 도시니 하는 이야기를 풀기 보다는 가벼운 에피소드로 네덜란드의 ‘inofrmality’의 배경을 얘기하고자 했다. 도시계획과 정책에 있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합법’과 ‘위법’ 사이의 아슬아슬한 곡예를 이곳 네덜란드를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히딩크’의 나라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 모든 건축인이 ‘렘콜하스’의 나라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 여기 겨우 1년반 거주 경력을 갖고 있지만 ‘더치 어바니즘’에 흠뻑 빠져있는 도시/건축인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더치 인포말리티’라는 이야기를 이제 풀어갈 예정이다.
(박혜리/글로벌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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